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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옥 회장이 말하는 녹원회를 둘러싼 오해 그리고 진실

 


환경재단과 함께 ‘캄보디아 사랑의 우물 파주기’ 캠페인을 진행 중인 미스코리아 출신 녹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모여 포스터 촬영을 했다. 내부의 활동을 좀처럼 외부에 알리지 않아온 녹원회이기 때문에 이번 행사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녹원회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신임 최영옥 회장에게서 듣는 녹원회의 모든 것.


친목 모임으로 시작된 녹원회, 봉사단체로 발돋움
녹원회 취재가 결정되고 인터뷰이 섭외를 위해 관계자의 연락처를 알아보던 기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녹원회 관련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공식적으로 취재를 요청할 만한 어떠한 연락처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수소문한 끝에 결국 미스코리아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일보사를 통해 녹원회 최영옥 회장의 전화번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녹원회=비밀조직’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려던 찰나 등호를 깬 것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최영옥 회장의 밝은 목소리였다. 그는 기자가 지금까지 들어본 목소리 중 가장 예쁜 목소리로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녹원회가 비밀에 싸인 조직이라는 건 오해예요. 녹원회가 1987년에 생긴 이래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선배들이 그런 활동을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으셨어요. 예전에는 좋은 일은 숨겨야 미덕이었잖아요. 녹원회가 비밀조직이라는 고정관념은 그런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녹원회는 미스코리아 본선 수상자들의 모임이다. 본선 수상자는 그 해 진선미를 비롯해 각종 입상을 통해 왕관을 쓴 사람을 말한다. 한 회에 7명 정도의 회원이 탄생한다. 1987년에 생긴 이래로 1956년부터 2008년 미스코리아 본선 수상자까지 3백2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1984년 진 출신 최영옥 회장은 임기 2년의 회장직을 올해부터 맡아 녹원회의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녹원회는 맨 처음 미스코리아 수상자들의 작은 친목 모임으로 시작됐어요. 스포츠클럽처럼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친목을 도모하듯 봉사활동도 그렇게 시작한 거죠. 공식 홈페이지와 사무실이 없는 건 녹원회가 비영리단체로서 그동안 회원들 개개인의 관계와 활동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일 거예요.”

3백여 명의 회원 중 모임이나 활동에 자주 참여하는 회원은 손태영, 김성령, 금단비, 권민중, 이하늬를 비롯한 50~60명 정도다. 공식적인 정기모임은 여름과 겨울에 각각 한 번씩이다. 그리고 등산, 골프, 승마 등 취미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스포츠클럽을 통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임을 갖고 있다. 물론 친한 회원들은 모임에 상관없이 수시로 만난다. 모든 모임은 회장과 부회장, 총무가 총괄하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인 전화번호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미스코리아 명함에는 각자의 휴대폰 번호를 새겨서 가지고 다닌다. 아직까지는, 조용히 봉사활동하는 작은 모임을 유지하라는 이전 회장님들의 취지를 따르고 있다. 그런 녹원회에 새로운 바람이 분 건 최영옥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녹원회는 소년소녀 가장 돕기 바자회나 소아암 환자 돕기, 실직자 여성 돕기 등 굉장히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어요. 그중에는 외부에 알려진 것도 있고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죠. 저는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좋은 일은 알릴수록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마련이거든요. ‘좋은 일 한다고 자랑한다’는 시선도 없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녹원회의 활동을 널리 알릴 계획이에요.”


자신만의 전문 영역 개척하는 후배들 보고파
녹원회는 올해 환경재단과 함께 ‘Return to Green’이라는 환경캠페인을 진행한다. 물과 나무 등 훼손된 자연을 다시 깨끗하게 되돌리자는 의미로 계획된 행사로, 환경재단의 후원을 받아 물 부족 국가인 캄보디아에 사랑의 우물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자선 패션쇼를 통해 모금된 수익금은 전액 ‘캄보디아 사랑의 우물 만들기’ 프로젝트에 쓰인다.

“이제까지 녹원회의 활동은 수익금이 생기면 기부하는 형식이었어요. 이번에는 녹원회 회원들이 직접 캄보디아로 날아가 우물을 파고 완공을 하는 데 참여할 예정이에요.”

연중 캠페인으로 커진 이번 ‘Return to Green’은 최 회장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우연히 캄보디아에 갔다가 그곳의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상수도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더라고요. 그나마 우기에는 빗물을 받아 마시는데 건기에는 그냥 바닥에 고인 물을 떠 마셔요. 다녀와서 캄보디아에 관한 여러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죠. 마침 이하늬씨가 환경재단 홍보대사로 있었고 환경재단에서도 캄보디아와 몽골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던 차라 함께 캠페인을 하게 됐어요.”

올해 환경 캠페인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매년 흙이나 나무 등 자연을 주제로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는 녹원회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회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9월 25일에 열리는 자선기금 모금 패션쇼도 회원 하나하가 홍보대사가 되어 올해 초부터 준비해온 행사다.

“올 초 설을 지나면서부터 준비한 행사예요. 앞으로 녹원회 활동에 구심점이 될 의미가 있는 행사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그동안 개인적인 스케줄이 바쁜 친구들이 많아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게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이번에는 다들 모여 단체 포스터도 찍고 행사를 위해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죠. 임원 3명이 이런 큰 행사를 준비하는 건 불가능해요. 연예계 쪽으로 발이 넓은 회원은 그 쪽으로 홍보를 하고, 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회원은 어떤 회사에서 협찬을 받을 것인지 조정하고, 모델들 워킹 가르치는 일이나 패션쇼에서 나눠드릴 손수건 만드는 일도 모두 녹원회 회원들이 직접 나서서 했어요. 저도 녹원회 안에 이렇게 많은 전문가가 있는 줄 몰랐어요.”

많은 이들이 ‘미스코리아’ 하면 부잣집 사모님이나 현모양처 혹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녹원회 회원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초대 미스코리아였던 강귀희씨다. 숙명여대 영문과 재학 시절 미스코리아에 뽑힌 강씨는 경부고속철도 사업에 관여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영옥씨 역시 녹원회 회장을 맡기 전까지 미국계 건축회사의 디자인팀 이사였고, 1983년 진 임미숙씨는 마케팅 회사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1997년 선 김진아씨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고, 2001년 미스코리아 무크 정아름씨는 현재 세미 프로골퍼다. 그 밖에 많은 회원들이 교수와 큐레이터, 광고기획자 등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미스코리아의 연예 활동은 1980년대 후반부터 늘었다.

“연예 활동도 전문 분야이지만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과 커리어를 살렸으면 좋겠어요. 이하늬(2006년 진)씨도 연예 활동하면서 국악을 계속 하고 있잖아요. 연예계가 아닌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원들이 많거든요.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일을 하는 미스코리아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미스코리아’는 평생 따라다닐 수식어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3, 4일에 한 번씩 미인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다양한 미인대회가 생겨나면서 명실 공히 최고의 미인대회였던 미스코리아대회가 ‘예전 같지 못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한때 ‘안티 미스코리아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번은 방송에서 안티 미스코리아 활동을 하시는 분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안티 미스코리아 분들이라고 해서 잘 안 꾸미는 분들이 와서 격렬하게 토론할 줄 알았는데 다들 너무나 예쁘게 화장도 하고 멋지게 차려입고 나오신 거예요. 자신을 예쁘게 꾸미고 다른 이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건 본능이에요. 미스코리아는 다만 그것을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뿐이죠. 다 같은 거 아닌가요? 미스코리아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모험이고, 도전이에요. 되면 좋은 것이고 안 돼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는, 젊은 시절의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시절 할 수 있는 수많은 도전 중 미스코리아대회를 선택한 것인데 그 선택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누드 화보 촬영으로 미스코리아 자격을 박탈당한 2008년 미 김희경에 대해서는 직접 심사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런 입장이다.

“대회가 끝난 뒤 인터넷을 보고 알았어요. 미리 알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희경씨도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 도전과 모험을 한 거죠. 직업적으로 본다면 전문 영역을 개척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미스코리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어요.”

미스코리아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른 미인대회에 비해 강력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최 회장도 인정하는 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름다운 얼굴과 좋은 학벌이 미스코리아의 전부는 아니라는 거다.

“요즘에는 워낙 얼굴도 예쁘고 똑똑한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보다는 얘기를 나눠보고 사람 됨됨이를 보죠. 평범한 사람도 누군가와 5분만 대화해보면 대강 그 사람의 성향이나 생각을 알 수 있잖아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후보들을 보아온 심사위원들이 미스코리아의 기준에 맞는 후보를 선출하는 거죠. 저는 ‘이 후보가 앞으로도 계속 미스코리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봐요. 아무리 재색을 겸비했어도 됨됨이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미스코리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네티즌이 올해 미스코리아 진인 나리를 두고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무척 가슴이 아팠단다. 대회가 끝난 후 ‘선이 낫네, 미가 낫네’ 하는 얘기는 언제나 있었지만 인터넷이 생긴 이후 무조건적인 인신공격이 수위를 넘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당사자에게 남는 상처가 크다.

“나리도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사람들의 평가에 좌지우지됐던 예전 미스코리아들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너무나 밝게 이번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앞으로 잘해서 그러한 논란들을 불식시켰으면 좋겠어요.”
최영옥 회장은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때 미스코리아가 된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미스코리아라는 꼬리표가 너무 버거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앞으로 이 타이틀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스코리아는 평생 따라다니는 수식어이기 때문에 지금 노력해야 앞으로 좋다는 걸 후배들도 점점 나이를 먹으며 알 거예요. 그런 노력들이 모여 녹원회가 좀 더 발전하고 탄탄해지면 미스코리아의 이름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녹원회가 비밀에 싸인 조직이라는 건 오해예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연예계가 아닌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원들이 많거든요.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일을 하는 미스코리아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녹원회 제공 장소 협찬 / cafe THE SPACE(02-514-2226)